'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모습에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떠올랐다. 좀비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려는 스텝들의 의지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타임루프를 끊어내려는 주인공의 끊임없는 도전이 연상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함께 이야기해보자.
1. 엉성하고 지루한 시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이 영화는 첫 시작이 참 독특하다. 일본 원작을 이미 봤지만, 시간이 오래되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원래 공포영화 부분이 이렇게 엉성했던가 싶다. 아무튼 30분 정도는 꾹 참고봐야한다. 원작을 처음 볼 때는 정말 무섭고 괴이하고, 그렇지만 완성도는 형편 없이 떨어졌기 때문에 보면서 딴생각이 들기도 하고, 영상에 피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나 하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도대체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뭐지, 뭐 이럼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원작을 봤었는데, 프랑스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솔직히 공포영화 부분은 일본것 보다 더 우스깡스러웠다. 특히 프랑스 배우들 이름은 일본어를 부르는 장면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왜 굳이 일본어 이름으로 했을까? 영화를 보면 끝부분에 그 이유가 밝혀지니까, 궁금증이 해소될 것이다.
2.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는 현장 상황
라이브, 원테이크로 한방에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 감독은 프랑스에서 싸게,빠르게, 잘 찍는 감독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한국에서 아주 오래전에 엄청 싸고 빠르게 찍는 감독으로 유명했던 남기남 감독. 너무나 빨리 찍어서 이런 농담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럼 필름을 남기남?" 우스개 소리겠지만, 영화를 빠르게 찍기 위해서는 완벽함 보다는 상황판단을 빠르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본 촬영에 들어가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자꾸 발생한다. 술취해서 오버이트 배우,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가는 배우. 나중에 스텝들이 나오는 화면을 보면서, 공포영화 장면에서 왜 그런 상황이 있었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 이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앞 부분 30분에 공포영화를 보여주고, 본편에서는 공포영화를 촬영하기 위해서 스텝들이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다룬다. 이 두개의 영화가 붙어면서 묘한 코미디 효과를 만들어 낸다. 스텝들이 포기하고 싶을 때, 감독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라고 외친다. 아하! 이제야 영화제목이 의미를 깨닫게 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모두가 포기하고 싶을 때, 멈추지 말고 견디어야 하는 것을 외치는 사람이 있다. 혼자있어서 안된다고? 아니지. 나 혼자하더라도 스스로 외치면 된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외치는 것이다. "멈추면 안돼, 포기하지 마!" 이렇게 말이다.
3. 포기하지 않는 사람
촬영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감독, 스텝들 모두 몸빵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간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저 돈벌기위해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맏은 일을 하고 싶고, 잘 하고 싶다는 열의가 있었던 것이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이 일을 왜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각자 자신이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지금 우리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 지금 나는 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정말 남의 눈치보지 않고 내 일을 위해서 목숨걸고 열심히 하고 있는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죽음의 동굴에 빠져나오는 주인공처럼 진심을 다해 전력으로 도전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한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기만의 속도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나가야 한다. 분명 기적같은 성취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4. 최선을 다하는 것
영화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점점 더 흥미롭다. 처음 공포 영화 30분의 엉성함을 견디면,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감독의 애정이 느껴지고, 후반쪽으로 갈수록 전 스텝들이 합심해서 영화를 만드는 장면에 슬슬 감동을 받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크레인 카메라가 박살나면서 공중에서 내려 찍는 앵글을 만들 수 없게 되자, 감독의 딸이 기지를 발휘해서 사람들이 곡예하듯 위로 타고 올라가서 위에서 아래를 찍는 앵글을 완성한다. 이 장면 은근 찡하다. 영화는 혼자서 만들 수 없다. 만약 감독이 재능이 있어서 음향,영상, 촬영 등을 다 했다고 해도 이런 작품을 만들려면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사람이 아무리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혼자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협업을 해야 스케일이 커지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법이다. 나만이 유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존재도 인정하고 함께 협업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만약 자기 혼자만 잘났고, 자신만 과대평가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여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심리상담을 요한다.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5. 카메라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
이 영화가 주는 핵심메시지는 자신이 하는 일의 목표가 정해졌다면, 중간에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완벽한 준비를 한 후 하겠다는 생각은 이 영화를 보면서 버리길 바란다. 세상에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에 맞게 계속 대응하면서 도전해가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 역시 카메라를 멈추면 안된다. 인생이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제대로 된 스텝도 없고, 장비도 없고, 자본도 없다고 불평만 할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부족한 것은 몸빵으로 때우면서, 다른 사람과 협심해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를 넘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져준다는게 큰 의의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