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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해리성 기억상실 트라우마 기억단절 심리학적 탐구

by 트랜드 조로 2025. 5. 6.

영화 <메멘토>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단기기억상실증을 겪는 주인공 레너드가 시간의 흐름을 역순으로 따라가며 자신의 복수를 완성해 가는 이 구조는 단순한 서사 이상의 무언가를 던져줍니다. 이 영화는 단지 기억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뇌가 어떻게 기억을 다루고, 때로는 왜곡하거나 지워버리는지에 대한 깊은 심리학적 탐구입니다.

 

 

메멘토 해리성 기억상실 트라우마 기억단절 심리학적 탐구
메멘토 해리성 기억상실 트라우마 기억단절 심리학적 탐구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영화 속 레너드는 아내가 살해당한 사건 이후 머리를 다쳐 ‘단기기억상실증’을 겪게 됩니다. 그는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지 못하고, 짧은 기억은 금세 사라져버립니다. 하지만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한 기억 상실이 아니라, ‘기억의 삭제’에 있습니다. 그는 어떤 기억은 문신으로 새기고, 어떤 기억은 의도적으로 밀어냅니다. 과연 인간은 정말 고통스러운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지워버릴 수 있을까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몇 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억압(Repression):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억이나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밀어내는 방어기제입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의식에 올라오지 않도록 뇌가 차단하는 현상입니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무의식의 작용이라 설명했지만, 현대 심리학에서는 실증적인 논쟁이 존재합니다.
  • 해리성 기억상실(Dissociative Amnesia): 극심한 스트레스나 트라우마 이후, 특정 사건이나 시기의 기억을 의식적으로 떠올릴 수 없게 되는 현상입니다. fMRI 연구에 따르면 이 경우, 전전두엽이 해마의 활동을 억제하여 기억의 접근을 막습니다.
  • 동기화된 망각(Motivated Forgetting): 스스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정보를 의식적으로 잊으려는 심리 상태입니다. ‘생각하지 않기(no-think)’ 조건의 실험에서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며 해마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뇌영상 결과가 있습니다.

<메멘토>에서 레너드는 외상 후 뇌손상으로 인해 단기기억을 잃지만, 일부 기억은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는 진실을 직면하지 않기 위해 기억을 조작하거나 삭제하며, 자신이 믿고 싶은 기억만을 유지하려 합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해리 또는 억압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정보를 의식에서 제거하는 것입니다.   미국 드라마 '닥터하우스' 에서 하우스 박사는 환자의 말을 믿지말라고 하죠. 만약 상담실에 들어온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때, 그 내담자 말을 전적으로 다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것만 기억하고, 기억을 왜곡 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누군가 자신의 말을 계속 바꾸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기억을 왜곡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억의 삭제는 실제로 가능한가?

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원치 않는 기억을 억제하는 능력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다음은 주요 메커니즘입니다.

  • 전전두엽과 해마의 상호작용: 기억은 해마에서 저장되고, 전전두엽은 그 접근을 조절합니다. 원하지 않는 기억을 억제할 때, 전전두엽은 해마의 활동을 차단하며 기억의 인출을 막습니다.
  • 트라우마와 기억의 단절: 심각한 트라우마는 기억을 단편화하거나 통합을 방해합니다. 어린 시절의 외상이나 반복적 고통은 일부 기억이 아예 차단되도록 뇌가 해리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레너드처럼 특정 기억은 ‘몸에 새기고’, 어떤 기억은 ‘의도적으로 잊는’ 행동은 완전히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학적·신경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기억은 얼마든지 편집되거나, 왜곡된 것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인이 끊임없이 가스라이팅으로 착각을 유도함을써 타인의 생각을 교묘히 조작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메멘토>는 단순한 기억상실증을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뇌가 얼마나 교묘하게 진실을 왜곡하고, 때로는 기억을 조작하며,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지에 대한 정교한 심리적 드라마입니다.  레너드는 아내의 죽음을 복수하고자 하지만, 그 안에는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본능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선택적으로’ 기억을 삭제하고, 새롭게 쓰는 메모조차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 ‘동기화된 망각’, ‘자기보존 기제’ 등 다양한 요소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마무리 정리

영화 <메멘토>는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의학적 증상 뒤에 숨어 있는 인간 심리의 복잡함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우리는 잊고 싶은 것을 잊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기억은 자아의 일부가 되고, 때로는 진실보다 더 강력한 믿음을 만들어냅니다.

레너드처럼 고통스러운 진실을 지워야만 견딜 수 있을 때, 뇌는 기억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가 몸에 새긴 문신들처럼, 우리 마음에도 잊고 싶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새겨져 있진 않을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잊고 싶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칫 트라우마로 작동되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 도움으로 외상을 일으킨 그 상황을 자신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직면하고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프고 고통스럽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