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올라온 일본 영화 <신칸센 대폭파>는 단순한 재난영화를 넘어선 몰입감과, 극한 상황 속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문제작입니다. '열차가 시속 100km 이하로 떨어지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설정만으로도 긴장감이 극대화되는데, 이 위기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블록버스터와는 결이 다릅니다.
숨쉴 틈 없이 달려가는 줄거리
영화는 일본 도호쿠 신칸센의 ‘하야부사 60호’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협박 전화로 시작됩니다. 범인은 열차가 일정 속도 이하로 떨어지면 즉시 폭발하도록 만든 폭탄을 설치했다고 알리고, 1,000억 엔이라는 거액을 요구합니다. 당국은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며, 구조와 해체에 나서지만, 실제로 화물열차 한 대가 폭발하는 장면이 발생하면서 사태는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치닫습니다. 이쯤 되면 이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대충 짐작이 되죠. 그 점이 쟝르영화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만,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은 대단합니다. 일본은 열차에 대해 정말 진심이잖아요. 기차 오타쿠도 많은 나라답게 열차운행에 관한 디테일한 정보가 나오고, 기차관제 하는 부분을 정말 디테일하게 묘사합니다. 이런 구체적인 상황묘사 때문에 관객들이 넷플릭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된것같습니다. 열차에는 수학여행 중인 고등학생, 국회의원, 유튜버, 자폐 아들을 돌보는 엄마, 신입 차장 후지이와 베테랑 차장 타카이치, 여자 기관사 마츠모토 등이 탑승 중입니다. 열차가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공포는 곧 승객들의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서로를 밀쳐내는 사람, 남을 도우려는 사람, 그리고 끝까지 자신이 할 일을 지키려는 사람까지. 열차는 단순한 공간이 아닌, ‘삶의 축소판’이 되어버립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스릴이 아닌, ‘직업윤리’에 대한 깊은 탐구에 있습니다. 기관사 마츠모토는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열차를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차장 타카이치도 상황 통제를 위해 열차에 남고, JR 본부의 대응팀은 각자의 자리에서 임무를 완수하려 애씁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책임'이라는 개념이 단지 직위에 따른 의무가 아닌, 스스로 선택한 '존엄'이라는 사실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시스템은 종종 무력해지지만, 개인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 정신과의사 닥터 프랭클박사는 <죽음의 수용소> 에서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선택 할수있는 자유의지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고, 비인간적인 상황일지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신칸셉 대폭파> 영화를 보면서, 직업윤리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상위개념은 인간으로서 존엄을 스스로 선택한다는것이었습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선택을 할수있는 마음, 태도에 관해서 생각했습니다. 그 선택이 바로,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고, 자신을 지킬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는 묵묵히 보여줍니다.
반전과 인간 본성의 두 얼굴
영화의 후반부, 가장 강렬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학여행 중인 여학생 유즈키가 실은 범행의 공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관객은 ‘왜?’라는 질문에 봉착합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위선, 사회의 외면, 구조적 방치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었고, 그 분노는 재난이라는 방식으로 터져나온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누군가의 절망을 '괴물'로만 취급할 자격이 있는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면에는 어떤 사회적 균열이 있었는가? 사건의 범인을 처벌하는 것만큼, 그 배경을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속도가 떨어지면 폭발하는 열차 안에서 기관사 마츠모토가 운전대를 꽉 쥔 채 “나는 끝까지 이 열차의 기관사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녹아든 것은 단순한 직업정신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자각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승객을 구하려 다시 열차로 뛰어들고, 누군가는 끝까지 차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합니다. 어쩌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진짜 긴장은 폭탄이나 속도가 아니라, '책임'이라는 단어 안에 담긴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요?
- 실제 신칸센 내부, 역, 운행 구조 등 리얼리티를 살린 연출
- 사회 각층 인물들의 생생한 심리 묘사와 갈등 구조
- 직업윤리와 시스템의 충돌, 그리고 개인의 선택
- 단순한 범죄를 넘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서사 구조
- 시속 100km, 폭탄, 속도… 이 모든 것이 만드는 리듬감 있는 긴장
쿠사나키 츠요시 (초난강) 은 역시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입니다. 절제되었지만 디테일한 감정을 표현하는 그의 연기가 참 좋았죠. 인상적인 배우는 기관사 역을 열연한 치카 마츠모토 입니다. 처음 본 배우인데, 앞으로 기대되는 배우네요.
마무리하며
<신칸센 대폭파>는 테러나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 그리고 ‘책임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도망치고 싶을 때,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빛납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가장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되짚어보게 만드는 수작입니다. 책임은 단순히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소명의식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왜 내가 이 일을 하는가, 이 일을 나에게 어떤가치가 있는가, 이 질문을 해봐야합니다. 나라는 한 인간의 특성, 내가 원하는 삶,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정리되고, 그일을 하루하루 꾸준히 실행해가는 방법중 하나가 바로 일입니다. 자신의 직업을 일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는 직업이고, 자신이 의사라는 직책을 내려 놓아도, 아픈 사람을 구하고 치료하는게 자신의 일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편안한 마음보다는 생각할 준비를 하고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한번쯤, 나라는 존재가 어떤 ‘열차’를 운전 중인지 돌아보게 될지도 모릅니다.